관대한 정정조건 원인…서울시공사, 26일부터 개선 지침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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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06회 작성일 20-10-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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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정되는 사유 18개서 12개로 줄이고 문구 구체화

도매법인·중도매인 책임 강화

전문가 “절차 더 까다롭게 정정 남용 때 행정처분 필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하루 1000건 넘게 판매원표 정정이 이뤄지는 건 허술한 관리와 시장 종사자들의 도덕불감증이 주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판매원표 정정이 어렵지 않은 데다 출하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경락값 인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뒤늦게나마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판매원표 관리를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허술한 판매원표 관리…정정 ‘일상화’=판매원표에는 출하자·품목·등급·가격·수량·낙찰자·담당 경매사 등이 기록돼 있다. 농산물의 거래가 끝난 뒤 즉시 작성되는 아주 중요한 거래증명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판매원표 정정을 허용하되 개설자가 업무 규정으로 정정사유를 정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가락시장에서는 판매원표 정정사유가 18가지에 달해 판매원표 정정이 어렵지 않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출하자의 허락만 있으면 판매원표에 정정사유와 내역을 적은 뒤 경매사가 날인하고, 같은 내용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면 판매원표 정정이 마무리된다. 개설자에겐 정정일 기준 일주일 이내로만 판매원표 정정을 보고하면 된다.

이렇다보니 일부 중도매인들은 거래 이후 상습적으로 경락값 인하를 요구하고, 경매사들은 대충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일상화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매시장법인의 한 관계자는 “판매원표 정정이 아주 일상적으로 이뤄져온 것은 맞다”며 “허용돼 있는 정정사유가 너무 많다보니 중도매인의 정정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출하자는 불이익 우려해 거절 어려워=출하자는 판매원표 정정 요구를 거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락값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마냥 거절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의 특성상 판매원표 정정을 거부하고 다음날 재경매를 요청하면 제값을 받기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중도매인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출하자들도 많다.

잎채소류를 출하하는 한 농민은 “경락값 좀 조절해달라는 경매사의 전화가 오면 속박이가 아니고서야 해주기 싫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면서도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조정을 안 받아주는 출하자’로 찍혀 시세가 낮게 나올까봐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북지역의 한 산지조직 관계자도 “경매 직후도 아니고 하루 이틀이 지났는데 ‘부패된 물량이 많다’면서 경락값을 조정해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중도매인들이 낙찰 뒤 보관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사, 판매원표 관리지침 개정…“관리 더 강화해야”=공사는 판매원표 정정을 둘러싼 출하자 민원이 계속 제기되자 최근 ‘판매원표 관리지침’을 개정했다. 개정된 관리지침에는 정정사유가 기존 18개에서 12개로 줄었다. 또 정정사유마다 정의와 조건도 구체적으로 명시해 도매시장법인들이 임의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도매시장법인은 판매원표를 정정할 때 원인, 출하자와의 협의내용 등을 세세하게 기록해 공사에 보고토록 했다. 중도매인도 상품 감정을 잘못했다거나 경매순서를 착각했다는 등의 이유로는 판매원표 정정을 요구할 수 없게끔 규정했다. 개정된 관리지침은 26일 저녁 경매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리지침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공사의 관리지침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판매원표 정정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고 정정건수가 많은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을 행정처분해 판매원표 정정의 일상화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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