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하늘길, 막힌 수출길…갈 길 잃은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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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05회 작성일 20-03-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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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가는 항공편 급감 운임 인상·화물칸 확보 곤란 신선딸기 수출 ‘빨간불’

일본 개학 연기·행사 취소로 화훼·파프리카도 직격탄

한국산 농산물 괴담 떠돌아 고품질 이미지 훼손 ‘큰일’ 수출 업체·농가 공동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농산물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수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중단되거나 수출 주문량 자체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주요 수출국에서 한국산 농산물이 코로나19를 전파시킬수 있다는 괴담까지 돌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딸기 수출업체, 하늘길 막혀 발 ‘동동’=우리나라와의 항공 운항을 금지하거나 감축한 국가들이 늘면서 딸기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딸기는 상품성 유지기간이 짧아 100% 항공편으로 수출된다.

항공편 금지·축소는 운임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대한항공의 여객·화물기 운임료가 1㎏당 1450원이었으나 6일부터 호찌민 3500원, 하노이는 2500원으로 변경됐다. 베트남까지의 항공 운임이 갑자기 2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운임료를 인상했고, 베트남항공은 아예 모든 항공편을 끊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6일부터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국적 여객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면서 “여객기에 비해 운항횟수가 적은 화물기로 모든 화물이 몰리게 돼 운임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선딸기 수출액 상위 5개국(홍콩·싱가포르·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으로 향하는 항공편도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황도경 NH농협무역 팀장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로 가는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스페이스(화물 탑재공간) 자체를 할당받기가 어렵다”면서 “기존 항공편이 결항되면 기본 운임료보다 약 3배 높은 비용을 지불해도 다른 항공기의 스페이스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케이베리(K-BERRY)의 최영일 대표는 “수출딸기는 <매향> 위주라 수출이 안된다고 국내로 돌려 유통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딸기 수출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생산농가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남 진주 수곡농협의 문병호 조합장은 “딸기값은 그대로인데 물류비가 증가하면 결국 외국에서 국산 딸기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수출업체의 위기가 곧 생산농가의 위기”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주요 수출국 내수도 얼어붙어=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수출국의 내수가 얼어붙은 것도 큰 악재다. 특히 화훼는 대일본 수출 주문이 뚝 끊겼다. 화훼 최대 수출국인 일본은 3월이 꽃 성수기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입학·개학식이나 각종 행사가 취소돼 꽃 수요가 급감했다.

국산 스프레이 장미는 지난해 3월 평균 경락값이 한송이당 88엔(한화 900원대)이었지만 최근 한송이당 50엔, 우리 돈으로 500원대까지 떨어졌다. 400원대 이하가 되면 생산비는커녕 물류비도 건질 수 없어 수출을 포기해야 한다.

이광진 로즈피아 전무는 “예년 이맘때면 스프레이 장미 선주문이 약 20만본 들어오는데 올해는 4만본 수준”이라면서 “경락값도 너무 낮아 일본 경매시장으로 물량을 많이 보낼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로즈피아는 대일 장미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다.

일본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파프리카도 불안한 상황이다. 일본은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고 외식업도 타격을 입은 상태다. 파프리카는 일본에서 일종의 고급 채소로 소비되기 때문에 내수가 위축되면 다른 농산물보다 수요가 더욱 크게 줄어들 소지가 있다.

진주 대곡농협의 최상경 조합장은 “현재는 파프리카 국내 가격이 일본보다 높고 수출량도 많지 않은 시기라 농가들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4~5월까지 일본 소비시장이 얼어붙어 있으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산=위험’ 괴담에 기존 이미지 타격=수출농민들과 바이어들은 요즘 괴담에 속앓이하고 있다. ‘한국산 농산물을 먹거나 만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괴담이 주요 동남아 수출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자 순식간에 각국에서 한국인 혐오현상이 발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수출에 단기적인 피해를 보는 것보다 기존의 고품질 이미지가 훼손되는 게 더 큰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종규 경남무역 과장은 “주요 수출국에서 한국산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홍콩·싱가포르 바이어들은 수출 농산물의 재배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지 수시로 묻는다”고 전했다.

장탁중 그린빌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비자들이 코로나19 발생이 집중된 중국산과 한국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5월 중순부터 포도 수출이 시작되는데 그동안 쌓아놓은 프리미엄 전략이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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